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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이야기

재미를 더하다 상세보기

똑같음에서 나다움까지 우리들의 교복 이야기


복도 끝 창문 너머로 단정한 남색 재킷과 주름치마가 일렬로 서 있던 풍경이 떠오릅니다. 모두 정해진 규율을 따르기 위해 같은 머리 모양, 같은 구두를 맞추던 시절, 교복은 ‘튀지 않는 것’이 예의이자 규칙이었습니다.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교복 단추를 살피고, 치맛단 길이를 재던 손길 속에는 ‘똑같이 입어야 한다’는 말이 조용히 스며 있었습니다.

이제 교복 풍경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바지와 치마를 선택하고, 기능성 원단과 활동성을 고민하며,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 공모에 참여합니다. 재킷 대신 후드 집업을 선택한 일상 교복, 교복 위에 걸친 개성 있는 가방과 신발, 교실마다 다른 색과 스타일이 섞인 모습 속에서 ‘단정함’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기준을 정하는 목소리에는 학생들의 의견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하루 속에서 교복은 ‘똑같이 맞추는 옷’에서 ‘나답게 선택하는 옷’으로 서서히 자리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세대를 관통해 변해 온 교복 모습과, 변화를 통해 드러나는 자기표현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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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단정함이 규칙이던 시대

 

흑백 사진 속 장면이지만 그 시절의 공기가 또렷합니다. 어두운 색 교복 위에 흰색 칼라를 맞춰 입은 여고생들이 두 줄로 단정히 서 있습니다. 1970년대, 교복은 학생의 개성보다 ‘단정함’과 ‘규율’을 먼저 말해 주던 시절의 상징이었습니다. 똑같이 빗어 넘긴 머리, 무릎 아래로 뚝 떨어지는 치마,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은 손까지, 사진 한 장에 당시 학교가 요구하던 ‘학생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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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교복 대신 각자 옷을 입기 시작한 교실

 

1985년 마산용마고 교실, 교복 자율화 이후 학생들은 같은 책상에 앉아도 저마다 다른 점퍼와 재킷, 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1983년부터 시행된 교복 자율화는 중·고등학생에게 의무적으로 같은 교복을 입히던 규정을 풀고, 사복이나 학교 자율 복장을 허용한 정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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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교복 자율화 끝나고 다시 맞춰 입은 새 교복

 

1986년 3월 6일, 교복 자율화가 폐지된 뒤 3년 만에 교복을 입고 등교한 마산제일여고 신입생들이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같은 모양의 재킷과 주름치마, 같은 색 넥타이를 맞춰 매고 오른손을 들어 선서하는 모습에서 다시 ‘똑같은 옷을 입는 학생’의 시대가 돌아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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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새 학기 앞두고 설레는 첫 교복 고르기

 

새학기를 앞두고 창원의 한 교복 매장이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예비 중·고등학생들이 새 교복 재킷을 입어 보며 웃음을 짓고, 양육자들은 소매와 길이를 꼼꼼히 살피며 첫 교복을 함께 고르고 있습니다. 2000년대부터 교복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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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연예인 보려고 몰린 교복매장

 

2007년 창원의 한 교복 판매점 앞에서 열린 유명 가수 팬사인회에 사인과 함께 교복을 구매하려는 중·고등학생들로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이 같은 마케팅이 교복값 인상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유명 연예인 광고와 팬사인회 등 과도한 판촉이 2009년부터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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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대, 편한 교복

 

2020년대 들어 교복의 기준은 완전히 ‘편한 교복’으로 옮겨갔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도 프로젝트 수업, 동아리, 체험활동을 오가는 일상이 되면서 재킷·넥타이보다 후드 집업, 경량 점퍼, 스트레치 소재 바지 같은 생활복형 교복이 대세가 됐죠. 코로나19를 거치며 실내·외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실용성이 더 중요해졌고, 학생자치회가 교복 개선안을 직접 제안하면서 “예쁘게”보다 “편하게, 나답게” 입는 기준이 학교 규정에 반영되고 있습니다.